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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제이앤피메디파트너스 칼럼] 초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투자만이 아니다

JNPMEDI PR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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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제이앤피메디파트너스 부사장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돈만 투자한다고 기업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초기 기업을 만나보면 기술 자체보다 그 다음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더 많다. 연구 결과는 훌륭하지만 누가 실제 고객인지 불분명하고, 제품은 만들었지만 병원에서의 실증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임상개발 계획은 있지만 다음 단계까지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 계산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기업과 기술검증(PoC)을 진행했지만 공동개발이나 계약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갖고도 글로벌 제약사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대개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과 시장 사이, 연구와 사업 사이, 현재 단계와 다음 단계사이의 연결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바이오헬스케어에서 '투자'라는 단어만으로 기업의 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금은 분명 중요하지만, 자금이 들어간 이후 그 돈으로 무엇을 증명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좋은 기술만으로는 다음 단계에 갈 수 없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시장의 크기, 매출 성장률, 고객 확보 속도 같은 지표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초기 헬스케어는 조금 다르다. 아직 제품이 없는 기업도 많고, 제품이 있어도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임상시험이나 인허가를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 생산공정과 품질관리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즉 현재의 실적보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느냐가 기업가치를 더 크게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시험 결과, 인허가 경로의 변경, 특허의 범위,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가능성이 기업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따라서 투자자가 보는 것도 현재의 숫자만은 아니다. 지금 가진 자금으로 다음에 무엇을 증명할 것인지, 그 증명이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어떻게 달라질지, 이후 어느 시점에 추가 자본이 필요한지를 함께 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 설정한 다음 마일스톤이 정말 기업가치를 높이는 마일스톤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는 사실보다, 그 임상에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가 인허가나 후속 투자, 기술이전 협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더 중요하다. 의료기기라면 사용성 평가나 병원 실증이 실제 구매의 근거가 되는지, 디지털헬스 기업이라면 사용자 수보다 반복적인 사용과 비용 절감 같은 지표가 실제 고객의 의사결정과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초기 헬스케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기술인가'라는 질문 못지않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좋은 기술을 고르는 것과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PoC의 목표는 검증이 아니라 전환이다

문제는 투자 이후다. 투자를 받은 기업의 통장에 현금이 들어왔다고 사업화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무엇에 돈을 써야 할지를 더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기술의 성능을 보여주는 PoC를 한다고 해보자. 많은 기업이 PoC를 하나의 성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대형병원이나 대기업과 실증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투자자나 시장에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무엇을 검증하면 실제 구매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가. 그 결과를 누가 평가하며, 검증이 성공하면 다음 계약은 어떤 형태가 되는가. 단순히 성능을 확인하는 것인지, 업무 효율 개선이나 비용 절감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PoC 이후 본계약의 예산과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지 처음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질문이 빠진 PoC는 기술적으로는 성공해도 사업적으로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수 있다. 병원에서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구매 예산은 없는 경우도 있고, 대기업 현업 부서와 PoC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본사 구매조직이나 경영진의 의사결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이 중단되기도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수개월의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는데 다음 단계가 없는 셈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PoC는 좋은 발표자료 한 장을 남기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오픈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한 공간에 모으는 것만으로 혁신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대기업은 내부 사업부가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야 하고, 스타트업은 자신의 기술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의 우수성만 강조해서도 부족하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프로세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도입비용과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기존 공급망이나 조직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함께 본다. 검증 이후 구매, 공동 개발, 전략적 투자 또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로까지 어느 정도 설계돼야 한다. 결국 좋은 오픈이노베이션은 '소개'보다 '전환'의 문제다.


지원의 핵심은 기업마다 다른 병목을 찾는 것

창업보육과 액셀러레이팅 역시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스타트업 지원이라고 하면 멘토링, 네트워킹, 정부 지원 사업 연계, 투자자 미팅 같은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모두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개수보다 지금 이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병목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이다.

좋은 지원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을 대신 운영해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기업이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다음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주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기업은 기술보다 사업모델을 먼저 다듬어야 하고, 어떤 기업은 시장보다 인허가 전략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연구개발을 더 진행하기 전에 특허를 보강해야 하는 기업도 있고, 국내에서 매출을 만들기보다 처음부터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경우도 있다.

여기서 순서가 중요하다. 초기 기업은 동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금과 인력은 제한돼 있고, 하나의 선택이 다음 선택의 범위를 결정한다. 임상 디자인을 먼저 확정하면 이후 인허가 경로와 데이터 활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첫 고객을 어떤 시장에서 확보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기능과 가격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지원의 핵심은 모든 기업에 같은 처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무엇을 먼저 풀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다. 좋은 액셀러레이팅은 정답을 알려주는 과정이라기보다 잘못된 순서로 자원을 쓰는 것을 줄이는 과정에 가깝다.


라이선스 아웃과 규제 대응도 사업전략이다

초기 헬스케어 기업에서는 라이선스 아웃이라는 또 다른 성장경로도 중요하다.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 기업은 반드시 직접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 향후 로열티를 받는 방식도 중요한 사업모델이다. 특히 임상개발 비용이 급격히 커지는 분야에서는 어느 시점까지 직접 개발하고어느 시점부터 외부 파트너와 위험을 나눌 것인지가 중요한 경영 판단이 된다.

하지만 좋은 기술이 있다고 자동으로 기술이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 회사의 파이프라인과 전략을 분석하고, 어떤 적응증과 데이터가 매력적으로 보일지를 판단해야 한다. 비임상·임상 데이터, 지식 재산, 시장 규모, 경쟁 파이프라인을 하나의 사업개발논리로 정리할 필요도 있다.

같은 후보물질이라도 어느 적응증을 앞세우느냐에 따라 잠재 파트너가 달라질 수 있고, 어떤 데이터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협상 시점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기술의 가치가 실험실에서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글로벌 제약사·의료기기사의 입장에서는 기술 자체만큼이나 '이 자산을 지금 왜 검토해야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규제 역시 별도의 법률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바이오헬스케어에서는 어떤 인허가 경로를 택하는지가 개발기간과 비용, 임상시험설계와 시장진입 시점을 바꾼다. 의료기기나 디지털헬스 분야에서는 규제 전략에 따라 필요한 임상근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에서도 특정 임상개발 경로와 규제기관과의 협의 결과가 자금조달과 기술이전 전략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규제기관과의 협의 결과가 개발 리스크를 낮추면 투자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반대로 예상보다 많은 추가시험이 필요해지면 후속 자금조달 계획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

즉 규제는 사업이 끝난 뒤 확인하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사업모델의 일부다. 좋은 규제전략은 허가를 빨리 받는 방법을 찾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을 언제 증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지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좋은 기술과 좋은 기업 사이

이렇게 보면 초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장을 둘러싼 문제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같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어떤 임상 마일스톤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투자금이 달라지고, 누구를 첫 고객으로 삼느냐에 따라 이후의 사업모델이 바뀐다. 같은 파이프라인도 어떤 데이터를 먼저 확보하고 어느 시장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기술이전 가능성과 협상력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와 사업개발, 규제와 임상, 특허와 시장진입 전략은 조직에서는 서로 다른 업무로 나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 성장 과정에서는 하나의 의사결정이 다른 영역을 계속 움직인다.

기업의 가치는 기술 자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기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어떤 증거를 만들고, 어떤 자본을 투입하고, 어떤 고객과 파트너를 만날 것인지가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 간 격차가 만들어진다. 비슷한 기술을 보유하고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기업이라도 한 곳은 다음 마일스톤을 정확히 설정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른 한 곳은 기술개발 자체에만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몇 년이 지나면 기술의 초기 차이보다 의사결정의 누적 차이가 훨씬 크게 나타날 수있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그 과정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투자자는 초기 기업의 무엇을 봐야 하는지, 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마일스톤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기술검증은 왜 종종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좋은 오픈이노베이션은 무엇이 다른지 등을 실제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룰 생각이다.

또한 기술과 파이프라인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실제 거래의 대상이 되는지, 초기 기업이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해야 하는지, 규제와 임상 전략이 투자와 사업개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역사를 나중에 되짚어보면 과정은 놀랍도록 단순해 보인다. 기술을 개발했고, 투자를 받았고,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결국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그렇게 직선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여러 번의 가설 수정과 우선순위 변경을 거친다. 예상했던 고객이 제품을 사지 않기도 하고, 계획했던 임상이 늦어지기도 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규제나 특허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우연히 만난 고객의 요구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하나의 실증이 예상치 못한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좋은 기술과 좋은 기업 사이에는 결국 수많은 의사결정이 있다. 초기 헬스케어 영역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기술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필요한 증거와 자본, 시장과 파트너를 제대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좋은 기술을 발견하는 것만큼, 그 기술이 어디에서 막히고 무엇을 넘어서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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