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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기고] 혁신 동력은 민관 협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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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 박종현 제이앤피메디 글로벌리서치센터 센터장



1957년 설립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개발 기관 중 한 곳이다. 초고속 인터넷, GPS, 드론 등 첨단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단순히 군사 연구를 넘어 인터넷 기술,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술까지 폭넓은 성과를 창출하며 미국 혁신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DARPA가 만들어내는 성과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패러다임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DARPA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할 때 이들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협력 기관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민간 전문기관인 시스템엔지니어링기술지원(SETA)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SETA는 DARPA에 과학적·기술적 자문, 연구개발 지원, 프로젝트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너지를 내왔다. DARPA는 100명에 이르는 PM을 지원하는 SETA 조직을 두고 PM 한 명당 5명 내외의 외부 민간 전문가를 지원한다. 연구비의 8.8%를 SETA 운영에 투입하기도 한다.


SETA는 DARPA에 필요한 외부 전문가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DARPA가 장기적인 연구개발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SETA의 지원으로 DARPA는 인프라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핵심 연구 인력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필요한 전문성을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대표적으로 DARPA의 AI 연구에서 SETA 인력은 최신 AI 알고리즘과 분석 기법을 신속히 도입해 DARPA의 연구 목표에 맞게 기술을 조정하고 확장하도록 지원했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 보건 분야에서 DARPA 모델을 확장한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는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설립한 ARPA-H는 암, 희귀 질환, 유전자 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의료와 공공 보건 분야의 혁신을 목표로 한다. ARPA-H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고위험·고성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관료적 절차를 최소화하고 학계와 민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빠른 결과 도출을 지향한다. NIH(미국 국립보건원)와 협력하되, 보다 민첩하고 실험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ARPA-H는 DARPA-SETA 모델처럼 외부 전문가와 최신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암 치료와 같은 고난도의 프로젝트에서도 민간과 학계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빠르게 성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특히 바이오와 의료 분야에서 DARPA-SETA 협력 모델이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범부처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의료기기의 기초 연구부터 임상시험,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지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소형 연속혈당측정기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하여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신속히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대폭 개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 개발 속도를 높이고 국내 의료산업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DARPA-SETA 모델에서 배울 점이 많다. 신약 개발은 고도의 기술력과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실패 가능성 또한 높아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다. 이 분야에서 민관이 협력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초기 자금을 바탕으로 민간의 전문성을 통합한다면 보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몇몇 국내 기업은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DARPA-SETA 협력 모델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민간 기업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의 전략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자하여 혁신을 창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국판 DARPA-SETA 모델을 구축하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 연구에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민간에서 확보한 전문 인력을 정부의 전략적 목표와 결합한다면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 간 연구 역량과 혁신 인프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DARPA-SETA와 같은 협력 모델은 단순히 연구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국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판 DARPA-SETA 모델은 민간의 전문성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결합될 때 비로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뿐만 아니라 첨단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세계적 혁신을 선도하려면 단기적인 연구 지원을 넘어 민관 협력의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DARPA와 ARPA-H, , 그리고 국내 범부처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사례는 한 가지 분명한 결론을 제시한다. 민간의 전문성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혁신은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 디지털타임스 기고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2918723?sid=110